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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데 써! 대출부터 해주는 유흥업소”[TS기획①] 사채시장, 성매매 여성들을 어떤 방식으로 착취하고 있을까
이승진 기자  |  sjlee@true-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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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30  17: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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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과 채무관계 실태

[트루스토리] 이승진 기자 = 얼마전 정부는 불법사금융을 뿌리 뽑겠다며 전면적인 불법사채시장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최초에 제공되는 선불금, 그 선불금을 시작으로 누적되는 빚, 그리고 업소에서 일하면서 수시로 이용하게 되는 일수와 같이 전통적인 사채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던 성매매 구조를 생각해 볼 때, 불법사금융에 대한 단속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를 통해 이자수익을 얻고 있는 불법대부업에 대한 어떤 방식으로든 법적 규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성매매와 사채시장은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선불금이라는 명목으로 최초에 형성되는 빚은 이젠 업주가 아니라 사채업자에 의해 형성된 지 오래 되었고, 처음부터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성매매업소에 취업하게 되는 경우도 생겨났다. 또 사금융이 사회적 문제가 된 이전부터 성매매 여성은 누구보다도 쉽게 ‘일수쟁이’, ‘사채업자’와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심지어 탈성매매 여성을 발목 잡는 것도 사채 빚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사채 빚은 성매매로 유입되도록 동기를 제공하고, 성매매 업소에 머물게 만들면서, 동시에 성매매 업소를 떠난 여성들을 붙잡는다. 그 실태를 <트루스토리>에서 긴급하게 다뤄봤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성매매 여성들이 사채업자를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업주를 통해서였던 것 같다. 굳이 사채업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업주는 선불금을 통해 여성을 성매매 산업에 묶어둘 수 있었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역할을 했던 직업소개소의 경우에도 잦은 빈도로 여성을 업소에 넘기고 소개비만 챙겼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본격적으로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에 의뢰되는 성매매 여성들의 빚 문제에 사채업자 또는 일수업자가 더 자주 등장하고, 그 중에서 ‘합법적’ 대부업자 또는 신용정보회사와 같은 대출회사 또는 채권추심업체들이 끼어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합법적’ 사채업자가 난립하게 되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사채 문제에 대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사채업자가 거리낌 없이 활보하게 된 데에는 사채업을 ‘대부업’이라는 이름으로 합법화하고 규제에 소홀했던 한국의 정책 변화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대출천국의 비밀’의 저자송태경은 그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 정부가 IMF 자금지원을 받게 되면서, IMF 고금리 정책요구에 따라, 1998년 이자제한법 폐지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고리대금이 자유화되고,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 경쟁이 시작되었으며, 그것은 곧 채무불이행자의 양산을 낳았다. 이자제한법 폐지로 사채시장 금리가 폭등하고 각종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한국에서 시장을 열었다.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서 각종문제점들이 노출되었으며 급기야 정부는 2002년 대부업법 제정을 통해 연 66% 이자율을 제한했지만, 대신 사채업에 ‘합법’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자제 한법 폐지 이전 최대 3000개였던 사채업체 수는 등록, 무등록을 합쳐 4-5만개로 폭증했다. 재래시장이나 중소기업 어음할인, 선불금 채무시장에서 영업을 이어가
던 사채업은 그 후 모든 국민에게 “돈을 빌리라”고 광고하고 있다. 손 쓸 수 없이 커져버린 대부업 시장에 정부의 관리, 감독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사회적 압력에 못 이겨 이자제한법은 2011년 연 39%까지 인하되었지만, 그 조차도 사채업자와 대부업 관련기관의 고이율 수익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대부업의 팽창은 온갖 ‘00캐피탈’과 같은 대출회사의 난립과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권에서의 고금리대출도 가능하게 만들었다.”〈이 내용은 송태경,『대출천국의 비밀』중 한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사채시장이 합법화되어서가 아니라, 합법화와 더불어 무분별한 대출관행이 대중화되어 사채시장이 별 규제 없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또 채무자의 돈을 갚을 능력이나 신용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금을 제공하고 이자와 원금을 받아내기 위해 각종 불법, 탈법적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그리고 사채시장이 합법화, 팽창하면서 이에 노출된 성매매 여성들이 계속되는 부채 상황에 놓여질 위험이 더 커졌으며, 거기에다 빚 문제를 해결할, 일종의 탈출구는 매우 좁아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시장의 자유화’라는 명목으로 고리대금업을 방치만 하고 관리, 감독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상황에서는 더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합법적’ 사채시장은 무일푼의 여성에게 빚 변제능력을 보지 않고 거액의 비용을 제공하고 성매매 업소에 머무르게 한다. 특히 많은 현금이 오가는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로부터 매일 조금씩 이자를 받아내기가 매우 쉽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은 어쩌면 사채업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먹잇감’일지도 모른다. 사채업자가 굳이 성매매 업소 업주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아도 말이다. 이들 사채업자들은 여성이 성매매 업소에 머무르는 동안 반복적으로 돈을 빌려주어 각종 수수료 이득을 챙기거나 이자제한법이나 대부업법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여성을 상대로 ‘그럴듯한’ 계산방식으로 이자율을 책정하여 수익을 낸다.

이 때 사채업자들이 수익의 수단으로 보는 것은 오로지 ‘성매매를 통한 소득능력’ 뿐이다. 이는 ‘약탈적 대출행위’의 전형이다. 전문가들은 약탈성의정도나 새로운 종류의 약탈적 대출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약탈적 대출’은 상환능력이 없는 차입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후 높은 수수료나 연체료를 부과하거나 담보물을 싸게 취득하는 등의 방법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차입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대출을 의미한다고 본다.

이처럼 사채시장의 합법화, 그리고 대부업의 팽창, 난립, 그로 인한 약탈적 대출행위의 대중화라는 배경 속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이중 삼중의 착취 고리에 놓여 있다. 이러한 사채시장의 변화는 성매매 여성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사채로 인한 착취를 비가시화하고 ‘빚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책임 영역으로만 다루면서 사회적으로 방관만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빚 문제’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일반 사채시장의 구조와 변화를 거론하는 이유는 이 배경을 이해해야 성매매 여성들의 채권채무관계의 다
변화 양상을 이해할 수 있고 보다 다른 방식의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채시장은 성매매 여성들을 어떤 방식으로 착취하고 있을까.

“필요한 데 써!”, 대출부터 해주는 유흥업소

김은희(25.여)씨는 룸살롱에서 일하면서 800만원의 빚이 남아 있었다. 지인으로부터 알게 된 룸살롱 마담은 김씨에게 남은 빚 800만원 외에 2000만원을 더 줄 테니 성형비나 월세방 보증금으로 사용하고 자신이 속한 업소에서 일할 것을 권유했다. 이는 업주가 연대보증인이 돼 주고, 고용된 여성의 명의로 상호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다. 이럴 경우 사채업자가 업소로 찾아와 선불금을 제공한다. 처음 계약 시, 2000만원이 필요한 김씨에게 2400만원 차용증 서류에 사인하게 하고, 각종 수수료와 선이자를 떼고 원금은 1820만원만 지급한다. 사채업자의 설명에 따르면, 서류비가 3%, 일수 24만원씩 5일치를 선일수로 120만원 빼고, 2400만원에 대한 이자를 400만원을 미리 뺀다는 것이다.

유흥업소는 이제 여성이 굳이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금전대여부터 해준다. 전통적인 방식의 선불금은 업주가 전 업소에서 남게 된 빚을 갚아주는 명목으로 제공하거나, 1-2개월치의 급여나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공하는 정도가 다였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마담이 먼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비용 2000만원 상당의 선불금을 여성에게 제안하거나 그런 선불금이, 상호저축은행에서 빌리는 대여금과 사채업자의 대여금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여기에 업주는 등장하지 않는다. 업주는 여성이 ‘합법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창구만 안내할 뿐이다. 과거 전통적 방식에서는, 성매매 단속이 이루어졌을 경우, 업주가 여성에게 제공한 모든 선불금을 포기해야 했지만, 이제 업주는 자신이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그저 앉아서 여성의 일만 관리, 감독하면 되는 위치에 있게 되었다. 더구나 과거에는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에게 묶여있는 선불금 빚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업소의 불법성매매를 신고하고자 했지만, 이젠 빚이 업주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업주를 신고할 동기마저 잃어버렸다. 다만 변하지 않는 사실 한 가지는, 어떤 형태의 선불금이든 선불금 제공은 “오로지 성매매를 통한 소득능력”을 보고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앞서 마담이 2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조건 없이 제공하는 것, 사채업자가 빚 변제능력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무작위로 돈을 빌려주는 것 모두 여성의 성매매를 통한 ‘견적’을 그들 나름대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채업자가 안정적인 수입이 없는 여성에게 적지 않은 금액인 11,000,000만원을 연간 이자율 66%로 변제기한을 불과 3개월로 해 빌려주었다고 치자. 이때 여성이 3개월 뒤 갚아야 할 돈을 무려 12,815,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3개월 동안 이 돈을 갚기 위해 여성이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사채업자는 무엇을 보고 조건 없이 돈을 빌려주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해 사채업자는 ‘합법적 테두리’에서 고스란히 성매매를 통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의 무분별한 대출관행을 문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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