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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기획] 경제민주화, 국가적 과제다“상생”과 “동반성장”에서 “제도적 재벌규제”로
김남근  |  webmaster@true-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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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08  09: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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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규제를 통해서라도 중소기업.중소상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제운영 전략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어…

[트루스토리] 군사독재정권의 랜드마크였던 관치경제를 극복하겠다며 문민정부-국민정부-참여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까지 도도하게 흘러온 무차별적 규제완화, 시장(재벌)방임 정책의 신자유주의적 국가운영 전략의 결과를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돌이켜 보면 결국 거대한 재벌의 시장지배로 귀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정된 일자리는 풍비박산 나서 비정규직과 근로빈곤층이 만연하고, 쫓겨난 근로자들이 대거 자영업으로 진출하여 자영업이 비대해지고,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가 시장자율과 글로벌 스탠다드의 미명하에 사라지면서, 이제는 노무현 정부의 한탄처럼 정부도 재벌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동산정책만 보더라도 무주택자 우선청약제 폐지, 토지공개념법(토지초과이득세법)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어느 보수정권에서나 추진했을법한 부동산정책이지만 1998-2000년 불과 1~2년 사이에 김대중 정부에서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한 정책이었다. 부동산투기가 만연하고 집값이 치솟자 공공임대 100만호 건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대책은 10년은 걸려야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장기대책이었고 부동산투기 규제정책이 다시 부활한 것은 2007년 무렵이었다. 이미 너무도 때늦은 뒤였다.

서민들의 금융기관이었던 저축은행의 대출한도를 풀어주고 저축은행의 통폐합과 대형화, 건설회사에 대규모 PF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저축은행 부실의 단초를 마련했던 것도 노무현 정부에서였다. 각종 건설 PF대출의 주역인 시행사 제도를 개발한 것도 김대중 정부에서 주택경기 활성화차원에서 나온 대책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부동산투기 억제제도의 폐지, 저축은행 감독규제 완화의 논리적 근거는 관치경제의 극복, 시장자율, 규제완화였다.

이제는 보편화된 대량의 정리해고,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불과 15년전만 해도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고용보호와 고용형태 규제의 완화는 불가피하다며 정리해고, 기간제.파견 등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고용보험이나 직업훈련 등 복지정책을 통하여 그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는 보완치유론도 있었고 아예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덴마크 모델이 이상형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덴마크는 정리해고나 고용형태의 유연성을 허용하면서도 최대 4년까지 종전소득의 80%까지 지원하는 고용보험, 직업훈련 - 자격취득 -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잘 결합되어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이룩한 나라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용의 유연화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백배, 천배 진행되었지만 고용의 안정화 정책은 덴마크의 문턱도 가지 못하는 불균형을 보였다. 고용관계 내에서 고용을 안정화하여 근로자의 복지와 중산층화를 구현한다는 고용전략 자체가 부재했다. 안정된 일자리에서 쫓겨난 근로자들이 자영업으로 몰려 OECD평균의 2배로 과잉되고 자영업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우리에게 닥친 850만의 비정규직, 400만의 근로빈곤층(워킹푸어), 400만의 실질실업자, 110만의 청년실업의 참담한 현실의 단초는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무원칙한 규제완화, 시장방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비롯됐다.

중소상인의 경우를 보면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앤다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철폐를 추진했고, 김대중 정부는 본격적으로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해제하기 시작해 노무현 정부에 이르면 대부분의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해제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재벌의 시장독식만 더 강화되었을 뿐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중소기업.중소상인 보호, 고용보호, 부동산투기억제, 서민금융 보호 등 수많은 규제를 관치금융 극복, 시장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없애 나갔지만 이러한 각종 공익적 규제마저 사라지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예상과 달리 시장은 재벌이 독식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삶은 불안해지는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세상이 됐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재벌방임 정책에서 적극적인 재벌우호 정책으로 한발 더 나갔다. 재벌의 투자확대-고용확대-하청 중소기업의 수익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나타났다. 고용 없는 성장, 재벌의 골목상권 장악, 식자재납품, 빵집.떡집, 문구.공구까지 무차별인 중소상인 영역침탈로 나타나자 드디어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상생’을 외치고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을 외치는 과정에서 재벌은 순식간에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시장영역을 장악해 나갔다.

‘상생’ 전략의 최첨단을 보여주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상의 ‘상생’ 전략의 핵심적인 추진수단인 ‘사업조정제도’라는 것이 재벌의 대형마트에 대해 소주.담배.쓰레기봉투 팔지 말라는 한심한 대안(?)밖에 내놓지 못하는 것은 재벌을 법으로 규제할 수 없고 재벌을 설득(?)해(좀 더 적극적으로 평가하면 여론으로 압박하여)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에게 양보하게 해야 한다는 시장(재벌)방임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운영철학이 깊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법으로 재벌을 개혁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동네골목상권의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나 재벌의 하청구조에 있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하도급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2007년 84만 8천, 2008년 79만 4천 등 대규모의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고 이들의 상당수가 신빈곤층으로 전락하자 18대 국회는 대형마트의 SSM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기 위한 규제법을 여야를 막론하고 수없이 발의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중소상인 보호대책을 내놓기는커녕 통상교섭본부장을 국회에 보내 중소상인 보호대책이 “WTO의 서비스협정에 위반된다, 한EU FTA에 위반된다며”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과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의 국회처리를 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WTO 서비스협정(GATS)은 18년의 기간 동안 단 5건만 제소되었고 그 중에서도 단 2건만이 위반판정을 받았지만 국내의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법제가 문제된 적은 없었다.

한EU FTA 위반논란도 결국 새누리당 서민특위 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의 폭로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국내에 진출한 영국계 대형마트가 영국정부에 로비하여 영국정부가 우려를 표명하였다는 것이 실내용이었고 그 대형마트 대표를 국회의 증인으로 출석요구하면서 2년여를 끌어온 WTO, FTA 위반 논쟁이 정리돼 2010년 정기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이 최소한의 수준에서 겨우 이뤄지게 되었다. 하도급법 개정 논의에서도 2011년 여당은 서민특위의 핵심적인 제도개혁으로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재벌을 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 재벌이 해외로 나가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결국, 재벌.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편취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것이 제도개혁의 거의 전부가 됐다.

재벌의 과점식 시장지배체제하에서의 일상화된 담합행위로 유류비, 통신비, 전자제품, 자동차 등 많은 상품가격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하여 20-30% 높고, 이러한 재벌의 담합행위에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려고 해도 피해자의 조직화와 피해입증의 어려움 등 많은 난관으로 이러한 재벌의 담합행위를 견제할 민주적 장치로서의 소비자의 권리찾기, 소비자 집단소송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담합행위에 부과된 과징금의 일부로 소비자 집단소송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재벌이 이미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노동자 등 각계각층 국민대중의 생존과 생활에 깊숙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적 상생과 동반성장의 도그마에 갇혀 말로만 재벌개혁과 재벌과의 사회적 타협만을 외쳐서는 국민대중의 심각한 생존과 생활의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수출강국인 일본도 2011년 무역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경제의 상황은 어느 한 국가가 압도적 수출우위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대기업을 밀어주기 위한 고환율 정책 등은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경영을 압박하고 물가상승으로 민생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중소기업.중소상인, 서민 생존권의 수호와 내수경제 활성화를 통한 우리 모두의 살길이고,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여·야를 망라한 절실한 국가적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상생’ 전략, ‘동반성장’ 전략을 좀 더 적극적인 재벌개혁 정책, 국가경제의 발전이나 서민대중의 생존을 위하여 필요하면 법적 규제를 통해서도 중소기업.중소상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제운영 전략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김남근 / 참여연대 상임집행위 부위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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