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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⑤] 왜 다시 재벌개혁인가?경제 민주화와 보편 복지의 동반추진 전략
김병권  |  webmaster@true-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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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5.06  14: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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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킬 때만 해도 규제완화, 감세, 민영화를 포함한 신자유주의 담론과 성장 담론이 우리사회를 지배했다. 2008년 촛불시위로 민영화 담론에 금이 가고,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규제 완화나 감세 담론이 타당성을 잃어갔지만 결정적인 의제 전환의 분수령은 2010년 지방선거와 보편복지 의제의 확산이었다. 순식간에 신자유주의와 성장 의제 틀이 깨지고 복지 의제가 압도를 하게 된 것이다. 2011년 10월 보궐 선거는 그 정점이다.

스웨덴 사회모델을 함축하는 복지국가 개념이라면 사회의 목표 모델이기 때문에 당연히 경제 민주화나 사회정책의 상위 개념이다. 그러나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정책 차원으로 눈높이를 맞추면 보건, 교육, 주거, 소득 등 사회정책 차원에서의 보편 복지로 좁힐 수 있다. 이럴 때에 복지정책은 여전히 진보의 중심 의제이어야 하며 아직도 보편복지를 위해 갈 길이 멀다.

그러나 2011년 이후 보편 복지에 이어 경제 민주화 요구가 우리사회에서 급격히 확산된 것은 ‘시장에서의 불평등 개혁’도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보편 복지와 함께 시장영역에서의 부의 편중과 불평등을 초래한 경제 주체들의 권력 불균형을 개혁하여 ‘경제 주체들 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 경제 민주화운동이다. 한국경제의 정점에 있는 재벌 대기업 집단의 과도한 권력을 억제하는 한편 노동자와 시민, 소비자의 무권리를 개혁하여 힘을 실어주는 것이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운동인 것이다.

이처럼 경제 민주화는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형식으로 관철되지만 내용적으로는 경제 주체들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교정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점에서 복지 정책도 완전히 동일하다. 흔히들 선진국 경제사에서 복지국가의 황금시대라 불리는 1950~60년대에는 사회의 권력 균형에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노동자와 대중의 힘이 시장의 힘을 견제할 만한 상황이 되었던 시기다.

반면 자본의 파워는 제한을 받게 되었다. 시장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통해 경쟁은 완화되었다. 자본 통제가 도입되고, 금융자본은 엄격히 규제되었다. 공공부문의 확대를 통해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 시장에서 떨어져나가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되었던 시기다. 이처럼 해당 사회에서의 사회세력(주로는 자본과 노동)사이의 힘의 관계에서 노동의 힘이 커지면서 복지 정책을 제대로 적용할 ‘정책 공간’이 열리고 복지국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시장을 둘러싼 규제 틀이 모두 깨지고 이번에는 시장과 자본의 힘이 사회 전 영역으로 팽창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가 성취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가 신속하고 체계적인 규제철폐에 이용되었다. 고정 환율제가 폐지되고, 자본통제가 해제되고, 시장에서 규제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에 따라 이번에는 아래서 위로의 부의 역 재분배가 이뤄졌다.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보편 복지의 실현이 사회적 힘의 관계를 반영한다면, 경제 민주화는 사회적 세력 관계 그 자체라고 할 만하다. 우리 헌법에서도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의 실현” 이라고 되어 있다. 무슨 말인가. 경제 민주화란 원래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경제 주체들, 예컨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 기업과 소비자들 간의 원천적인 불균형 관계를, 국가의 정책적 개입에 의해 최소한 ‘조화’가 가능한 균형 상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세계경제에서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시장을 둘러싼 규제 틀이 모두 깨지고 이번에는 시장과 자본의 힘이 사회 전 영역으로 팽창”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는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그랬다. 그 결과 경제 민주화도 심각한 후퇴를 맞게 된 것이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금융자본과 재벌 대기업의 힘이 압도적으로 우리 경제 질서를 지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선출되지 않는 경제권력, 3세로 승계되고 있는 재벌권력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의 되어야 할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경제 자유화가 원칙이고 경제 민주화는 예외라고 하는 전경련의 주장이나, 경제 민주화가 실상은 주주자본주의적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는 진보 일각의 비판은 모두가 핵심을 비켜간 것이다. 복지의 확장을 위해서나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 노동자와 시민, 99%의 힘과 권한을 다시 키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키우고 대자본의 힘을 제약하는 각종 정책과 법률을 통해서 힘의 재 균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이 복지이고 경제 민주화다.

필요한 것은 ‘민주적 성장’

보편 복지와 함께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일시적 구호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구조적 문제 누적과 시대적 전환의 산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2010년대 내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경제 민주화는 금융 민주화로, 노동 민주화로 그 내용을 더욱 확장시켜 나감으로써 우리사회가 경제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한국사회가 ‘정치 민주국가’이자 ‘경제 민주국가’, 그리고 ‘보편 복지국가’가 되려는 긴 도정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불필요하게 이념적 갈등이 두드러진 경제정책 논쟁들이 있었다. 그 하나가 바로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논쟁이다. 또 하나는 시장이냐 국가냐 하는 논쟁이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는 성장과 분배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융합해주고 시장과 국가 역시 함께 수렴해주는 의제 틀을 가지고 있다. 경제 민주화 의제를 활용해 성장과 분배, 시장과 국가의 불필요한 대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중국의 탄탄한 성장세에 힘입어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모델은 작동되고 있고 이것이 2008년 금융위기에서 한국경제가 그럭저럭 견디게 해주는 지탱점이다. 그러나 이 역시 두 가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첫째는 수출주도 성장의 국내적 확산 효과가 매우 미약하다는 점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국민’은 이를 상징하고 있고 최근 재벌대기업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이유다. 둘째는, 세계경제위기의 지속과 환율전쟁 우려 등으로 과도한 수출의존 국가들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경제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득 불평등 문제로 돌아가서 국민경제 총 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가계에 대해 소득이라는 ‘성장 연료’를 주입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이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과제가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는 해결책이 바로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동반성장 전략이다. 다시 말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이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은 후기 케인지안(Post-Keyensian)과 칼레키안(Kaleckian) 성장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와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전략을 신자유주의 성장 패러다임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득중심 성장전략의 핵심은 실질임금과 생산성 증가의 상관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생산성 증가에 상응하는 만큼 실질임금을 증가시켜 노동소득 분배율을 유지하고 거시경제의 균형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 소득을 통해 총수요를 극대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분배율을 관리한다. 다만 재벌개혁과 복지지출 확대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분배율을 개선시켜 내수를 자극하는 성장전략이다. 그리고 이를 ‘민주적 성장론’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소득주도(income-led)란 이름은 지난 시기 부채, 거품, 수출을 성장의 주요 추동 요인으로 삼았던 신자유주의 경제의 특징과 구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전략이 실질임금 상승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한다거나 수출을 홀대한다는 편향적 인식을 가져서는 안된다. 과도한 수출주도에 따른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대외취약성과 불안정 요소를 극복하면서도 중국효과와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대외수요의 긍정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 성장전략이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은 노동친화적인 분배정책, 사회정책, 노동시장정책과 결합되어야 하고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가 병행되어야 한다. 임금 몫을 증가시키고 최저임금을 제도화하여 임금격차를 감소시키는 분배정책, 사회 안전망을 강화시키고 노동조합의 법적 권리를 개선하며 단체교섭 적용범위를 확장시키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특히 강조할 점은 소득주도 성장전략의 현대적 버전은 금융부문의 재구조화를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금융부문의 규제완화는 투기적 성장을 초래하고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를 불러일으켰다. 만약 위기가 재발되는 것을 막고 싶다면 국제적 자본유입을 통제해야 하며 위험한 금융혁신을 규제하고 금융 거래세 등을 통해 훨씬 더 재정적 기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김병권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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