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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출산의 수단’으로 여성을 바라보는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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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8  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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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1만 5000명이 넘는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빵과 장미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양성평등을 의미한다. 당시 뉴욕에선 여성 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광장으로 뛰쳐 나갔다.

인간으로서의 존엄, 양성평등과 여성빈곤을 위한 전세계적 과제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오는 높은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승진, 임금 등 사회경제 영역에서의 여성 차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109년이 지난 2017년 오늘, 선배들의 노력으로 여성 인권 문제가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는 세계 116위의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돌아본 한국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100년 전 거리에 나온 여성노동자들의 울분을 떠오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성들의 경제 활동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여성 임금은 남성 임금의 63.4%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일·가정 양립의 짐은 물론 간병, 수발 등 돌봄 노동의 짐까지 여성들의 어깨에 올려놓고 있는 건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격차와 성평등지수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한국 성평등지수는 아프리카, 이슬람 국가들보다 약간 위에 있을 뿐이며(지난해 세계경제포럼 발표), 한국 여성경제 활동지수(올해 OECD보고서)는 꼴찌에서 두 번째다. 참담한 성적이다.

2017년 한국여성이 광장에서 외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에 관한 것이다. 남성이 100만원 벌 때, 같은 일을 하고도 여성은 63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은 동일노동-동일임금이라는 당연한 가치를 외치고 있다. 여성은 결코 2등 시민이 아니다. 여성 노동의 가치를 남성노동보다 평가절하 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차별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돌봄노동은 여성들을 경력단절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지만 개선될 조짐은 거의 없다. 여성 노동자의 퇴직 사유 1, 2위가 ‘가정 내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과 ‘자녀 학습활동 지원’이다. 이러한 일,가정 양립정책은 여성 과로사 정책으로 전락해버렸다.

특히 여성을 출산의 수단으로 보는 박근혜정부의 시각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행정자치부가 앞서 발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보고 있자면 “여성에게 국가란 없다”고 질타한 20세기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가임기 여성지도’를 만들어 저출생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려버린 박근혜정부는 과연 시대를 읽고 있는 것일까.

시대변화에 걸맞은 문화, 관행 그리고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정당한 대접을 받으며, 당당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지난 1월 우리는 여성 3명의 죽음을 힘없이 지켜봐야 했다. 여성공무원이 과중한 업무와 힘든 육아로 인해 과로사 했으며, 통신회사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여고생은 과도한 노동과 직무 스트레스로 세상을 떠났다. 또, 다시 만나자는 전 남친의 요구를 거부한 여성이 그의 구타에 의해 사망한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세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사회 여성이 처한 노동, 육아, 인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국가가 앞장서 여성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성들의 짐을 덜어주고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들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실효성을 제고하고 성평등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는 여성노동자들이 노동 가치를 평등하게 인정받게 해야 하고, 자녀 육아의 독박 굴레에서 여성이 해방되도록 해야 한다.

   
 

여성의 날 이미지 = 민주당 제공

오늘 세계여성의 날을 계기로 남성과 우리 사회도 돌봄의 주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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