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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청춘 - 2017 드라마 어디로 가나 ③
이기은 기자  |  dkffo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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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9  13: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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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타임머신, 의학드라마, 판타지로맨스, 퓨전사극까지 최근 한국 드라마는 A장르와 B장르를 결합시킨 이종 교배는 물론, 화려하고도 자극적인 내러티브를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이 같은 극본트렌드는 한류산업의 수익성을 겨냥한 대목일 것이다.

다행히 80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몇몇의 드라마들은 오늘날까지 생활극의 작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조용한 저력의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이하 ‘역도요정’)는 과거시대 청춘드라마의 정통스토리텔링과 정서를 구현해내며 마니아들의 극찬을 이끌어낸다.

한얼체육대학교 전공생들의 고민과 풋사랑을 담아내는 ‘역도요정’은 2005년 당시 호평 받았던 MBC 단막극 ‘태릉선수촌’의 스핀오프로 비춰지기도 한다. 차이가 있다면 10년이 흐른 만큼 남녀주인공 김복주(이성경), 정준형(남주혁)의 외양이 2017년 트렌드에 걸맞게 진화했다는 점이다. 이성경-남주혁은 이목구비 뚜렷한 90년대 스타 장동건-고소영 후손이기보다는 팔다리가 길고 개성 넘치는 모델형에 가깝고, 이는 최근 1020대들의 기호를 반영한 결과다.

이처럼 극도로 스타일리시한 배우들 외양을 제외하면, ‘역도요정’은 8090년대 청춘드라마 서사구조에 철저히 입각해 있다. 가령 2017년에도 역도부 유망주 김복주는 신장이 안 좋은 아버지의 미처 못 이룬 꿈을 위한 대리욕망체이며, 뚱뚱한 여성에게 가혹한 한국사회 속에서 자신의 외모에 일정한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급기야 스타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수영부 정준형이나 섭식장애에 걸린 리듬체조부 송시호(경수진)의 상황은 체육인들의 한결 같은 심리적 핸디캡을 부각시킨다. 이는 급속도로 국민스포츠가 성장한 8090년대 ‘3S’(screen:영화, 스포츠:sport, 섹스:sex에 의한 우민정책) 시절로까지 소급하는 측면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청춘시절의 고통 총량 법칙은 한결 같아 보인다. 그들은 여전히 첫 사랑의 상실에 울음을 터뜨리거나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낄 수 있고, 새로운 도전과 맞닥뜨리며 인생의 작은 행복을 느끼곤 한다. 이를테면 ‘역도요정’은 스포츠청춘멜로에 관한 향수(Nostalgia)를 촉발시키며 1994년 MBC 인기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추억하게끔 한다.

1987년 KBS1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는 의대생들의 꿈과 사랑을 그렸다. 이후 1990년 MBC ‘우리들의 천국’, 1992년 KBS2 ‘내일은 사랑’, 1997년 SBS ‘모델’, 1999년 ‘카이스트’, ‘토마토’, ‘해피투게더’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40~50대들은 과거 20~30대 당시 TV드라마 속에서 동세대의 일(학업)과 사랑의 명암을 체감했다.

김수현 작가의 국민가족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경우엔 청춘 못지않게 형형한 에너지의 가부장(이순재) 캐릭터가 뚜렷하게 부각됐다. 더불어 자식세대 최민수와 하희라의 부단한 생활력이 젊은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했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일상극의 범람이 식상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복합적인 한류드라마가 양산되는 2017년에는 김수현 작가의 일견 고루해 보이는 가족드라마나 노희경 작가의 따뜻한 휴먼스토리가 오늘날 도심 속 들꽃처럼 희귀한 존재로 부각된다.

지금의 한류드라마들은 드라마들대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과 격돌을 벌이는 시대에 어울리는 첨단 작업방식을 고수한다. 그러나 어떤 격변의 시대에서든 우리가 한사코 놓치지 않아야 할 휴머니즘 정서는 존재할 것이다.

가령 ‘역도요정’의 아날로그적인 서사는 굴곡진 일상을 이겨내는 청춘들의 한결 같은 힘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2017년의 극본트렌드 또한, 힘겨운 청춘세대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노력하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실낱같은 그들의 믿음을 위하여.

   
 

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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