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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방 열기가 이렇게 빨리 식을 줄은
이기은 기자  |  dkffo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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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4  13: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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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지난 해 연말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천왕’(이하 ‘3대천왕’)은 MBC ‘일밤 - 진짜 사나이’의 부사관 특집에서 ‘건강미녀’로 화제가 된 이시영을 MC로 긴급 투입했다. ‘3대천왕’의 이러한 쇄신용 MC 교체는 해당 프로그램이 그만큼 낡고 관성적인 이미지로 전락 위기를 맞고 있다는 증거다.

‘3대천왕’의 게스트로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백종원이 땀을 닦으며 맛집의 음식들을 한 그릇씩 비워낼 때마다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아아아~”라는 신음 리액션을 낸다. 곧이어 풍채 좋은 개그맨 패널 김준현이 스튜디오의 시식 대표로 맛집 음식들을 빠른 속도로 먹어치운다. 이 편집은 무한 반복된다.

해당 프로그램이 편성된 토요일 주말 저녁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식사시간이다. 평일에는 각자의 일로 바빴던 식구들이 휴식을 취하는 주말 풍경이야말로 방송사가 꿈꾸는 시청률의 진원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집 방향은 방송콘텐츠를 향한 시청자들의 높아진 안목을 간과하고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단순무지하고, 시청률 수익에 관련해 상업적이다.

젊은 세대들이 SNS를 통해 맛집을 공유하는 현 시대에, 생활 정보란 반드시 TV가 아니라도 동료 시민들의 친근한 경험치를 통해 빠르게 보급된다. 시민들끼리 공유하는 정보는 장점 뿐 아니라 단점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는 반면, 시청률 목표를 향한 거대 방송사의 스토리텔링은 상업적 모의로 비춰질 수 있다. 그렇다면 TV 프로그램이 고안해낸 맛집 영상은 앞으로 얼마나 큰 수요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지난 2015년을 강타한 방송트렌드는 ‘쿡(Cook)방’이었다.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등장한 고급스러운 쉐프들은 일반인들이 좀처럼 접하지 못했던 식재료로 화려한 요리 향연을 펼쳤다. 또 다른 반대편에서 백종원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을 통해 평범한 식재료를 이용한 자취용 간편식을 소개했다.

그러나 ‘냉장고를 부탁해’의 경연이 무르익을수록 쉐프들의 전문 지식과 함께 요리의 난이도도 급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업가 백종원이 설탕에 의존해 식당스타일 백반을 조리하는 풍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은 쿡방을 자주 접할수록 요리의 처절한 기본기를 절감하게 된다.

즉 시간과 돈을 들여야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명료한 진실은, 반대급부로써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대다수 시청자들을 무력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면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고 적게 먹고 운동해야 살이 빠진다는 무미건조한 원칙처럼, 지난 2015년을 강타했던 쿡방의 마술은 도리어 ‘요리는 마술이 아니다’라는 냉정한 진실을 부각시킨다.

‘3대천왕’의 또 다른 취약점은 백종원 브랜드가 서민층에게 이미 적잖은 위협감을 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초창기의 백종원 프랜차이즈는 방송 순기능에 따라 쏠쏠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은 해당 프랜차이즈가 영세업자들의 가게들을 하나씩 집어삼키고 있었다는 불쾌한 추정에 이르렀다.

적당한 질의 식재료로 시간 대비 먹을 만한 음식을 뽑아낸다는 것은 운영자 입장에서는 사업 감각에 기인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업체에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없는 시간을 사기 위해 돈을 내는 정당한 행위이며, 이러한 음식이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일말의 건강 요소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작년 한 해를 뜨겁게 강타한 쿡방의 모든 면면이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다. 케이블TV Olive 요리프로그램 ‘한식대첩’ 시리즈는 각종 퓨전 음식들과 패스트푸드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정통 먹거리 한식의 이모저모를 클로즈업하면서 음식을 다루는 전문직 종사자의 격을 높였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유능하고 열정적인 참가자들의 요리 과정을 관찰하면서, 맡은 일을 한결같이 ‘제대로’ 하고 살아야 한다는 직업윤리까지 되새길 수 있었다.

   
 

사진 = ‘백종원의 3대천왕’ 공식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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