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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를 비추는 거울 ②
이기은 기자  |  dkffo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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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9  13: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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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미디어는 당대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다. 예컨대 조선시대 저잣거리의 사당패들이 양반과 벼슬아치들의 비뚤어진 권력을 풍자한 것은, 서민들의 울분을 해소하는 창구이자 하수상한 민심을 한데로 응집시키는 결속의 의미가 크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예인(藝人)들의 현실 돋보기 기능은 유효하다. 방송 콘텐츠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해학으로 승화시키거나 풍자하며 군중심리를 대변하는 존재다. 2016년 연말 최순실 게이트의 충격적인 국정농단이 드러난 현재,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어지럽고 답답한 민심을 파악하며 어느 때보다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 개그, 속 뚫어주는 직설화법

최근 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영화 ‘킹스 스피치’를 화두에 올렸다. 말을 더듬는 왕이 타인에게 조력을 받는 영화스토리에 빗대어 최 씨가 연설문에 개입한 상황을 노골적으로 꼬집은 것. 이는 시청자들에게 현직 대통령의 허수아비 같은 무능함을 까발리는 쾌감으로 다가섰다.

이어 ‘웃찾사’는 대통령의 폐쇄적 행동양상과 ‘라푼젤’ 캐릭터를 병치시키며 “성은 외부와 단절돼 있고 유일한 통로로 마녀가 들어와 옷을 골라준다”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 tvN 예능 프로그램 ‘SNL8’ 역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의 독단적인 성격을 부각시키며 대통령의 개인 성향을 추정하고 공격한다. 이쯤 되면 ‘돌직구’는 개그맨들의 전매특허다.

시국 관련 메시지를 웅변 형태로 피력하는 것은 탄핵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조한다. 최근 ‘웃찾사’의 강성범과 김일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하는 청문회 특성을 비난하며, “이런 분들은 민주주의 발전에 관여한 적이 없다”라는 절규 퍼포먼스로 방청객들을 흥분시켰다. 황현희가 촛불 모형을 가슴팍에서 꺼내들며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주장할 때, 이는 일상에 지친 국민들을 독려하는 캐치프레이즈로도 비춰진다.

◆ 드라마, 꿈인지 생시인지

MBC 월화드라마 ‘불야성’은 내러티브 전체가 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주인공 여성은 스스로 움직이는 대신 다른 여성을 마리오네트처럼 조종하며 야망을 대리 실현한다. 즉 두 여성캐릭터가 핑퐁처럼 욕망을 주고받는 양상은 현 대통령과 최순실의 특이한 관계성을 은유하는 스토리텔링으로 회자되고 있다.

종영한 MBC 사극드라마 ‘옥중화’는 문정왕후의 권세를 등에 업은 역사적 인물 정난정을 상징적으로 부각시켰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무당을 불러내고 오방낭이라는 주머니의 영험함을 강조하는 특정 묘사가 화제가 됐다. 이는 지난 2013년 오방낭을 여는 대통령 취임식 행사, 즉 종교적 위탁 의혹에 휩싸인 청와대를 저격한 제작진의 용감무쌍한 선택이었다.

케이블TV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 역시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입시 특혜를 전격 풍자했다. 영애가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과 함께 자막에는 ‘리포트 제출 안 해도 B학점 이상’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처럼 현실이 드라마 같고 드라마가 현실 같은 혼재 상황이 지속되며, 드라마들은 시국을 녹인 디테일로 시청자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시도한다.

◆ 토크쇼, 말하면 이루어질 것이니

   
 

종합편성채널 JTBC 시사예능 프로그램 ‘썰전’에는 정계 관련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썰전’은 정치 전문가·논객이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피력할 수 있는 최초의 토양을 마련했고, 이제 출연자들은 해당 스튜디오에서 얼마든지 공직자와 검찰의 판단 능력을 부정할 수 있다. 암담한 시국 속에서 이들의 브리핑이 각광받을수록, 말의 공신력 자체가 강해진다. 국민들의 힘은 한곳으로 결집되고 그 결과론은 이를테면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가결로 현실화되곤 한다.

스타들의 버스킹 토크쇼를 표방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말하는대로’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인기를 끌었다. 1인 미디어가 가능한 시대에 유명 인사들은 자신의 의견을 군중 앞에서 피력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최근 서강대학교에 자퇴서를 낸 방송인 유병재는 “아버지는 아들과 같은 학교라는 이유로 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며 울분을 토했고, 이처럼 행동하는 유명인의 파급력이 분개하는 대중심리에 적절한 불씨를 당기곤 한다.

오프닝부터 민주주의의 개요를 설명한 신규 교양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KBS1 ‘표본실의 청개구리’는 시사와 인문을 결합시킨 토크쇼 형식으로, 진중권 교수 등 전문성을 갖춘 패널들이 지식을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지적 욕구를 촉발시킨다. 어두운 시국과 마주한 현재, 프로그램은 투표용지 한 장의 가치를 설파해가며 시국을 헤쳐 나가는 해결방안까지 모색했다. 눈 뜨고 코 베인 형국이라면, 이젠 국민들에겐 아는 것만이 힘이다.

사진 = 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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