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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힙합의 민족이 될 수 있을까
이기은 기자  |  dkffo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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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7  13: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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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MBC 국민 예능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역사X힙합 프로젝트-위대한 유산 특집’ 오프닝에서 “요즘 젊은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악장르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양세형은 이내 “행사 가면 (참가자 목록) 큐시트가 있잖냐. 가수들이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요샌 전부 힙합 가수”라며 힙합 음악의 대세론에 동조한다.

힙합은 1970년대 후반 미국 뉴욕 할렘가에 거주하는 흑인 청소년들에 의해 형성된 문화운동 전반으로,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패션·음악·댄스·노래는 물론 의식까지 지배하는 문화 현상으로 확장됐다. 한국에도 이러한 흑인 힙합 정서가 유입됐고 현재까지 젊은 래퍼들은 랩부터 디제잉·브레이크댄스 등 다양한 표현에 걸쳐 삶과 사회를 향한 개성적인 시선을 드러내는데 주력한다.

지난 2012년 첫 출범한 케이블TV Mnet 예능 프로그램 ‘쇼 미 더 머니’ 시리즈는 한국 힙합신의 대중성을 높이는데 공헌했다. 애초 한국 힙합은 할렘가 정서를 오인하며 ‘디스’나 욕설 표현으로 일관하는 과도기를 거쳤고, 그만큼 힙합 무대 역시 TV보다는 언더그라운드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취급된 편이다.

이 가운데 ‘쇼 미 더 머니’와 같은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의 출현은 힙합이 생소했던 여성들이나 10대에게도 힙합의 개요를 효과적으로 알린다. 올해 ‘쇼 미 더 머니6’는 음악적 주관이 뚜렷한 우승자 비와이를 배출했다. 그리고 비와이의 이러한 숨겨진 능력치는 ‘쇼 미 더 머니’와도 같은 프로그램이 대놓고 깔아준 멍석에서 단시간에 공증을 받을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지켜보던 기존의 래퍼들이 시청자들 앞에서 스타가 된 동료를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힙합의 민족2’에 출연하는 팔로알토는 “난 묘기랩 안 좋아한다. 요새 비와이 많이들 좋아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라며 예전이라면 업계 동료들끼리만 쑥덕거렸을 은밀한 취향을 카메라 앞에서 자백한다.

이는 한때 언더에서만 존재감을 인정받던 힙합의 영역이 대중 전반의 영역으로, 팔로알토와 같은 과장님 경력의 래퍼가 이제는 시청자들 앞에서 신예 래퍼 비와이를 견제할 만큼 일반인들의 힙합 데이터치가 확장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힙합의 민족’은 대중적 정점에 오른 한국 힙합을, 방송이 한 번 더 상업적으로 변주하는 방식이다. 이곳에 출연한 모델, 배우, 가수, 성우, 개그맨들은 기존 인기 힙합곡을 모사하며 기존 래퍼들에게 출사표를 던진다.

래퍼의 정체성은 자기 곡의 가사를 직접 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힙합의 민족’ 같은 신생 프로그램이 오리지널 래퍼들을 향해 ‘기존의 힙합곡을 맛깔스럽게 잘 따라 부르는 것도 힙합 아니겠어?’라는 도발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이미쉘 같은 흑인 혼혈의 참가자들은 하늘이 내린 듯한 플로우와 천부적 딜리버리로 심사위원들을 압도하며 질문의 의도 자체를 수긍하게 만든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의 씬스틸러 배우 박준면 역시 풍부한 감수성을 응용해 래퍼들도 부르기 꺼려하는 이센스의 어두운 자전 랩 ‘삐끗’을 신들린 듯 소화해버렸다. 그렇다면 표현력 좋은 ‘아무개’의 랩이 오리지널 래퍼의 랩 무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현재의 한국 힙합이 또 다른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더불어 제작진은 박준면의 새로운 건의를 클로즈업했다. “힙합(의 본질)이 언제부터 디스였냐. 너무 자극적이기보다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힙합신에 들어와서 재미있게 한 판 놀다가는 게 좋은 것 아니겠냐”. 해당 발언은 그간 업계 동료들을 습관적으로 공격해온 오리지널 래퍼들을 향한 일침으로 비춰지고, 그렇게 2016년은 힙합문화의 외연을 마구잡이로 확장한다.

누구나 가사를 쓰고 스스로 실력을 키우며, 운이 좋으면 방송사가 깔아주는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타로 거듭날 수도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평범한 학생도, 조신한 아가씨도, 발음이 어눌한 중장년층도 함께 도전하고 쟁취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 음악. 오리지널과 후발대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비정형(非定型) 문화. 비로소 힙합이 언더 아닌 메인스트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사진 = JTBC,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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