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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1세대 아이돌이 부활시킨 ‘판타지’
이기은 기자  |  dkffo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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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6  13: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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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1세대 아이돌 H.O.T의 리더 문희준은 예비 신부 크레용팝 멤버 소율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식 팬카페에 결혼 사실을 공지하며 자신을 오래도록 응원해준 팬들의 마음이 상했을까봐 걱정했다.

강타는 지난 2013년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을 당시, H.O.T가 받은 숱한 가요대제전·골든디스크 대상 상패를 자랑하거나 영광의 시절이 담긴 비디오를 돌려본다. 강타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지고, 그 시절 최초의 아이돌들을 향한 거대한 팬심의 실체는 뚜렷해진다.

2016년 현재의 3세대 아이돌들도 자신의 연애나 사생활을 알릴 때 팬들의 입장을 고려한다. 하지만 90년대 대중가요의 부흥기에 ‘캔디’를 외치며 통통 뛰어다니거나 ‘전설의 후예’로 혁명적 힙합댄스를 추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최초의 아이돌들에게 있어, 집단적 사랑을 받고 산다는 개념은 얼마나 깊숙한 가슴의 인장일까.

MBC ‘무한도전-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1세대 아이돌들만이 가진 이 같은 특수한 감수성을 정면 공략한 특집편이었다. 추억의 그룹 S.E.S를 비롯해 젝스키스 등이 다시 만나 무대를 재현하는 풍경은, 가수 본인에게도 당시를 추억하는 팬들에게도 가슴 떨리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재결합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분명 상업적 방향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1세대 아이돌들에게 재결합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다. 이를테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영광의 시간과, 흡사 썰물이 빠져나간 것 같은 현재의 삶을 아우르는 ‘재건’이다.

S.E.S(유진 슈 바다)는 이러한 움직임의 선발대였다. 세 명은 미리 만나 재결합을 의논했고 직접 원적(原籍)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를 찾아가 호기롭게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S.E.S는 지난 11월 28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특급 프로젝트 ‘리멤버(REMEMBER)’의 출발을 알리는 앨범 ‘Love[story](러브[스토리])’를 발매했다.

물론 이러한 공동 작업에는 편곡이라는 음악적 테크닉 뿐 아니라 유진과 슈와 바다의 정서적 유착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가령 S.E.S가 가장 먼저 재결합을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유진과 슈와 바다가 서로에게 여전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안심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서로 다른 청춘들이 아이돌그룹으로 한데 묶여 숙식을 하고 스케줄을 함께 소화해내는 것은 예상보다 힘겨운 비즈니스일 것이다. 물론 H.O.T도 베이비복스도 NRG도 방송에 출연해 “뜻이 맞는다면 다시 함께 할 생각이 있다”며 연락이 닿지 않는 타 멤버들을 향한 간절한 청원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절 비즈니스 동료들의 이해관계와 입장이 지금에 와서 같을 수는 없다.

핑클이 다양한 후속 방송을 통해 “당시엔 많이 어렸다. 일이 힘들었고 숙소를 함께 쓰며 싸울 수밖에 없었다”고 고해성사를 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숱한 아이돌그룹들이 불화설에 시달리며 인기의 정점에서 돌연 해체를 선언하는 것 또한 자본주의사회의 순리다.

그 사이 H.O.T 막내 이재원은 성폭행 물의를 빚고 토니는 도박에 연루됐으며, 젝스키스 강성훈과 이재진은 각각 사기 혐의나 군대 탈영 논란에 휘말렸다. 개중엔 베이비복스 윤은혜나 핑클 이진과 성유리처럼 배우로 전업한 이직자들이나, 아예 연예계를 은퇴해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젝스키스 고지용 같은 멤버도 있다.

다만 치기 어리거나 극성스러웠던 10대의 팬들은, 오빠들과 언니들이 변해가는 딱 그만큼의 치열한 세월을 지났고 어느덧 3040대에 이르렀다. S.E.S도 젝스키스도 H.O.T도 이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엔 벅차거나 불가능한 나이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1세대 아이돌에게 바라는 단 하나의 판타지는 명확하다.

당시 반짝거리는 얼굴로 사랑과 희망을 노래했던 ‘나의 아이돌’들이 그만큼 여전히 다정하고 스위트하기를. 학교를 마치면 어울려 다니며 떡볶이를 같이 먹고 연예인의 브로마이드와 엽서를 함께 수집했던 친구들.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을 향한 가슴 뭉클한 판타지. 30대를 훌쩍 넘긴 S.E.S와 젝스키스가 이제 와 쑥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으며, 또 다시 화합에 도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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