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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은 기자  |  dkffod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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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3  13: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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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토리] 이기은 기자 =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해 어느덧 배우로 자리매김한 수지는 한국인들의 대다수가 꾸준히 좋아할만한 청초하고 순한 인상을 지녔다. 수지의 데뷔 영화 ‘건축학개론’(2012)의 ‘국민 첫사랑’ 타이틀은 어쩌면 충무로에서 이미 예견된 흥행 요소였을 것이다.

한국에서 여성 스타의 섹시함은 한계가 있거나 유효기간이 짧고, 세 보이지 않은 여자의 호감형 외모는 공익 캠페인이나 기업 광고 자본으로 직결될 수 있다. 기업 면접에서 일관적으로 통용되는 여자의 단정한 치마 길이, 고객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다양한 서비스 직종 여성 혹은 스튜어디스나 아나운서에게 요구하는 특정 외양 이미지는 더 이상 한국사회의 가벼운 농담이 아니다.

청순미의 상징 심은하 계보를 잇는 수지는, 시간이 흘러도 한국이 여전히 선호하는 ‘2017년형 여자’의 전체적인 인상을 보여준다. 더불어 외모가 곧 실력이라는 여성들 간의 낭설도 연예계뿐만 아닌 생활공간의 일정한 현실이 됐다.

최근에는 수지의 인기에 설득력을 더하는 또 다른 요소로 ‘성품’이 추가됐다. 수지는 언제 어디서든 잘 웃어주기 때문에 톱스타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포토 기사에 달린 칭찬 댓글의 핵심은 공항을 오가는 수지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찡그림 없이 한사코 미소를 짓고 있다는 관찰에서 비롯된다.

한국에서는 어떤 상황이든 힘든 감정을 숨기고 잘 웃는 사람이 칭찬 받곤 한다. 공교롭게 수지는 잘 웃는 성향을 지녔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곤할 때 웃지 않은 다른 연예인들의 성격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한 팬 사인회에서 컨디션이 안 좋다며 속내를 고백한 효린은 프로의식이 없다는 비난을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웃어주는 수지를 향한 칭찬은 한국의 숱한 집단이 무의식중 어린 신입 여직원들에게 원하는 일련의 애티튜드를 상기하게 한다.

올해 SNS에는 젊은 여자 의사가 진찰을 돌면 “남자 의사 불러와”라고 소리를 지르는 중장년 남성환자들이 존재한다는 현역 의사들의 증언이 화제가 됐다. 전문직 여자는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무자로서의 능력을 의심 받는다. 친목 테이블에서는 아무래도 남자보다 여자가 ‘싹싹하게’ 움직일 때 그림이 좋고, 면접에서는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여자가 순종적인 인상을 준다.

20대 톱 여배우라고 평가받는 박신혜는 지난 8월 SBS 드라마 ‘닥터스’를 촬영하던 중, 연예계 데뷔 이래 처음으로 인성 논란을 겪었다. 극중 펠로우라는 전문직 설정에 관련해 박신혜의 화려한 네일아트가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박신혜는 “손톱 지우는 거? 그게 뭐 어렵다고”라는 인스타그램의 특정 글투로 누리꾼들의 심기를 거슬렀다. 박신혜는 공식 사과를 전하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달래야 했다.

비슷한 시점에 남보라가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셀프 카메라 사진에 관련해 콧대가 달라졌다는 성형 의혹이 일었다. 그의 해명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남보라가 인스타그램에 즉각적으로 ‘웃겨ㅋㅋㅋ진짜ㅋㅋㅋ’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이유였다. 남보라는 누리꾼들에게 “‘인간극장’ 13남매 맏딸 이미지로 띄워놨더니 인성이 덜 됐다”는 혹독한 뭇매를 맞아야 했다.

언제부턴가 걸그룹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당연한 듯 불필요한 소모전을 치른다. 그들은 MBC 명절 특집 ‘아육대’(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를 촬영하다 넘어져서 좋은 그림을 만들고, 캔디처럼 일어나 남은 마라톤을 완수한 후에 “열심히 하는 XX가 되겠습니다”라며 아무렇지 않게 씩씩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올해 대국민 걸그룹 오디션으로 출범한 케이블TV Mnet ‘프로듀스101’은 한국이 노골적으로 욕망하는 여성상의 스테레오타입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가령 한동철 PD는 프로그램 취지에 관련해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인터뷰 발언으로 자폭을 서슴지 않는다.

수지가 잘 웃는 것은 직업이 연예인인 그의 프로의식일 수도, 사람들의 추측대로 순한 성격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수지를 본래 잘 웃지 않는 성격의 사람들과 대비시키는 것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향한 억압일 수 있다.

인간이 이루고 사는 사회란 필요에 따라 본능을 억누르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공언된 약속이다. 그렇다면 상냥하고 어린 여자를 특정 공간의 ‘꽃’으로 감상하려는 욕망은, 반드시 숨기고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지 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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