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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세계일보, MBC와 같은 배를 탈 것인가
최봉석 기자  |  cbs@true-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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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7  23: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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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특종 보도한’ 세계일보, 통일교 연관성에 ‘음해와 억측’ 반발한 까닭은

   
 

[트루스토리] 최봉석 대표기자 = 세계일보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세계일보의 보도가 JTBC TV조선 보도와 비교되면서, 또 ‘통일교’와 연관설이 거론되면서,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현 정권 출범 뒤 세계일보 사장을 지냈던 S씨를 이탈리아 대사로 추천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세계일보는 “여러 음해와 억측이 나돌고 있다”고 일축했다. 통일교와도 자신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이탈리아 대사 추천도 음해와 억측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신들은 ‘언론과 보도의 본령을 지키고 있는데’ 독자들은 몰라준다는 것이다. 일종의 투정으로 읽힌다.

그런데, 늘 외부의 시선이 맞았던 경우가 많다. 그리고 늘 진실이 이겼다.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해왔던 박 대통령도 ‘늘’ 국민 앞에서 투정을 부렸다. 자신을 비판하는 외부의 목소리에 대해 ‘음해와 억측’이라고. 찌라시라고. 그렇게 무시하고 평가 절하했다.

언론과 정치에 관심이 없는 대중은 잘 모르겠지만, 세계일보 편집국의 표현대로, 세계일보는 2년 전, 한국 언론사에 길이 남길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대통령 측근 비선 국정 농단 의혹을 최초·연속 보도한 것이다.

세계일보는 지난 2014년 최순실 전 남편이자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을 일으킨 정윤회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된 문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 씨가 청와대 비서관, 정부 주요 기관 인사 등과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겨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청와대는 이에 대해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하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사실, 그 때 ‘세상을 뒤집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만 제기됐지만 민중은 개돼지라는 표현처럼, 개돼지들은 아무 것도 몰랐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그런 ‘취재력이 막강한(?)’ 세계일보가 느닷없이 생뚱맞은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대한민국의 ‘진짜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지면에 내보낸 것이다. 세계일보는 이에 대해 “국민이 당사자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이를 전했다”고 하지만, 박 대통령의 눈물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이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조차 믿을 수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누가 당사자의 입장을 그대로 듣고 싶어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물론 듣고 싶긴 했다. 이 총체적 난국 속에서, 연일 탄핵과 하야가 빗발치는 뜨거운 거리의 함성 속에서, 당사자의 진솔한 사과와 해명, 반성 등이 포함된 입장 표명을 솔직하게 듣고 싶었다. 선(先)은 이렇고 후(後)는 이렇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국정을 농단하게 됐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진심으로 통감하고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했다. 이왕이면 그런 인터뷰를 이끌어 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미취학 어린이의 일기장, 아니 낙서장 같았다. 검찰을 조롱했고,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내렸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했다. 최씨는 뭔가 이미 암기해놓은 듯한 말을 사실인 마냥 중얼거렸고, 세계일보는 그 거짓말을 ‘뉴스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전달했다.

인터뷰도 인터뷰 나름이다. 그 내용이 거짓일 때는 문제가 된다. 팩트 체크가 중요한 이유다. 범죄자와 인터뷰를 시도할 때, ‘잘못을 저지른 심경이 어떠한지’를 물어봐서 ‘죄송하다’ ‘용서를 구한다’는 답변을 얻어내는 게 중요하다. 심경을 물어봤는데 ‘난 범죄현장에 가본 적조차 없다’는 내용을 받아내고, 이를 사실처럼 전달한다면 인터뷰로선 큰 가치가 없다.

기자란 직업은 그래서 어렵다. 취재한 내용을 글로 바꿔 독자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것이 쉬운 일이라면, 누구나 ‘기자’란 직업을 택할 것이다. 국정 농단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 씨가 세계일보를 통해 입을 열었다. 물론 다른 매체와는 여전히 단절돼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대부분을 일축했다. 대통령 연설문 수정에 대해선 오랜 친분으로 대선 전후 심정 표현을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했고, 외교·국방 관련 기밀 문서 열람과 관련해선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했다. 문제는 이 모든 발언은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짧은 ‘녹화 사과문’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일보는 최순실 씨를 어떻게 인터뷰 했는지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도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루트를 통해 인터뷰가 가능했는지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 통일교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교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왜 첫 번째로 공개한 인터뷰가 처음부터 끝까지 최순실 씨의 ‘변명’과 ‘해명’으로 일관됐는지도 언급해야 한다.

최 씨 일행은 현재 최씨 자신과 딸 정유라 씨와 남편, 한 살배기 아이 등 적어도 4명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들의 현지 생활을 돕거나, 외부 도움을 주선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순실 씨가 세계일보 인터뷰를 통해 위선적으로 보여준 ‘초라한’ 모습과 달리, 꽤나 호화스럽게, 또는 비밀리에, 대한민국 권력층의 비호를 받으며 도주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은 이미 정치권을 통해 제기될 정도다.

이런 까닭에 최씨가 “인터뷰 장소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신의를 강조하는 한편 자신과 딸의 처지를 10여분 간 하소연했다”는 백브리핑 기사는 독자들에게 더 큰 분노를 안겨줄 뿐이다.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도 보도된 최순실씨의 세계일보 인터뷰는 ‘거짓’이라고 일갈했다.

세계일보 보도를 두고 누리꾼들은 현재 ‘악어와 악어새’ 이야기로 비교하고 있다. 사실, 몇몇 언론사의 경우 그런 경우에 해당하기도 한다.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은 보기엔 불안했지만 서로 윈윈이 되므로 관행(?)처럼 이어진 게 사실이다.

세계일보 인터뷰를 보면서 누리꾼들은 ‘최후의 박근혜 호위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MBC를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대국민 사과를 한 박 대통령에 대해 ‘논란만 더 키웠다’고 보도했지만 MBC는 무척이나 달랐다. 대국민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해당 매체는 한 기자의 브리핑을 통해 “개헌준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하에 모든 책임을 인정한 것”, “개헌준비와 시급한 국정과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해명과 진실공방으로 시간을 끌기보단 대국민사과라는 정면 돌파를 선택” 등 청와대의 방어적 입장만을 구구절절 나열했다. 대통령 사과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타사가 ‘문건 유출’에 더해 추가적으로 보도한 정유라 씨 고교 특혜, 최순실 씨 독일 행적, 최 씨 최측근 고영태 씨 행적 등 여타 ‘최순실 게이트’ 관련 내용도 MBC는 철저히 외면했다. 다른 방송사들이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고 비상시국임을 타전할 때, MBC만 ‘최후의 호위병’처럼 자리를 지켰다.

세계일보는 그런 MBC와 같은 배를 타고 싶은 걸까. 분명 아닐 것이다. TV조선과 JTBC의 맹활약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하여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졌다. 뉴스 소비자들은 2년 전 그랬던 것처럼, 세계일보도 이런 비판적 특종에 동참해주길 바라고 있다. ‘대통령 최측근의 국정농단’으로 언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뜨거워지고, 언론의 중요성이 새삼 절실해지고 있다. 세계일보의 파이팅을 빌어 본다.

최봉석 대표기자 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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