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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후 KT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심층기획②] 박근혜 시대에 부활하는 민영화의 재앙…민주노조 파괴
윤한욱 기자  |  yhook@true-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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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3  14: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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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토리] 윤한욱 기자 = 날이 갈수록 박근혜 정부의 맨 살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특히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여론과 반발을 의식해, 교묘하고도 우회적인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쟁 도입’, ‘민간 위탁’, ‘규제 완화’, ‘단계적 매각’ 등의 표현을 동원해서 국민의 눈을 속이고 있다. 철도, 가스뿐만 아니라 의료, 상수도, 공항, 은행 등 다양한 분야의 민영화 정책이 선별적,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거나 추진될 예정이다. 민영화를 막지 못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이 박탈된다. 그 반대편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벌특혜가 존재한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서민들의 삶은 민영화로 인해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며,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트루스토리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민영화의 실체를 짚어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민영화는 일반 국민의 삶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파괴한다. 민주노조를 무너뜨리는 전략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통신 민영화, KT에서 벌어진 일

   
 
KT는 그 전신인 한국통신은 민영화를 앞두고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특히 1998년부터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해 민영화 전에 이미 2만여 명이 명예퇴직으로 강제퇴사 당했다. 2003년과 2009년에 1만 명이 훨씬 넘는 인력이 퇴출됐다.

민영화된 KT는 ‘효율성을 달성한다’는 명분으로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퇴출대상자로 지정하고 일명 ‘CP프로그램’(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먼저 대상자에게 기존에 담당하지 않아서 수행할 수 없는 일을 맡기고 업무지시서, 업무촉구서, 서면주의, 서면경고, 징계처리 등의 절차를 3회 반복해 시행한다. 결국 관리대상자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들은 평소 하던 일과 다른 현장 개통.보수 업무로 전환배치되거나, 영업직으로 근하면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인권을 완전히 짓밟은 강제적인 퇴출 프로그램과 대규모 인력감축으로 인한 노동강도의 상승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2006년 불법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 가동된 후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283명 가운데 206명이 이석채 회장 부임 이후 죽었고, 2006년 이후 KT에서 자살한 29명 중 26명이 이 회장이 들어온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증언한다.

실제 KT는 인력감축과 노동강도 강화에 저항하는 사내의 민주노조 진영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조직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사측 노무관리팀은 민주노조 진영을 고립시키기 위해서 사내 교육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들과 활동하면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조 활동가들을 부당해고하고 이들이 노동위원회의 판결에 따라 복직하면 비연고지로 부당 전보하고 다시 해고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 선거에도 개입한다. 투표소와 개표소를 잘게 나누어 누가 어디에 투표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 사실상 공개투표나 다름없게 만든 것이다.

올 6월에는 KT에 다니는 50대 노동자가 ‘KT노동조합 단체교섭안 투표 때마다 사측의 엄포와 노동탄압이 있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2010~2013년 동안 “투표 전(특별기동팀장 ○○○) 개인 면담 시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고 엄포했다”는 내용, “팀장은 직원들 모인 자리(회식 등 조회석상)에서 똑바로 해라 하면서 엄포를 놓는다. 뭐든 강압적이다”는 내용이 폭로되었다.

그리고 “이 15년간 사측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라고 적었다. 노조 활동에 대한 탄압이 얼마나 악랄했으면 50대 노동자가 그 사실을 유서에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민영화, 민주노조 파괴가 궁극의 목적

박근혜 정부는 철도공사를 잘게 쪼갠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철도공사가 비대해 경쟁이 되지 않으니 여러 개 회사로 쪼개 경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할한 회사는 언제든지 단계적으로 민간에 매각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일본에서 철도노조를 파괴한 민영화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잠시 일본의 3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1982년 11월 집권한 나까소네 수상은 3공사(철도, 통신, 전매공사)의 분할 민영화를 비롯 의료,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세제, 교육, 지방행정 등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우선 언론을 이용한 여론몰이를 통해 방대한 철도 적자의 원인이 마치 노동조합에 있는 것처럼 연일 ‘국철노조’와 노동자들을 공격하면서 민영화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정부, 회사, 보수언론은 “국철 내 전투적 노조에 의해 사내 질서가 무너지면서 철도는 적자가 되었다”며 여론 조작을 벌였다.

나카소네 정권은 곧 이어 철도 민영화를 강행한다. 노동조합은 지방선 폐지 반대 서명 등,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노력을 해보지만 실패하고 완전히 고립됨으로써 패배하고 말았다. 결국 1985년의 통신공사(NTT) 전매공사(JT) 민영화에 이어 1987년, 철도도 분할 민영화의 길을 걷게 된다.

총 7개의 회사로 분할되는 과정에서 전적을 거부하는 조합원들은 결국 해고됐다. 이 과정 속에 전후 일본노동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국철노조는 와해되어 소수파노조로 전락했다.

대신 분할된 각 회사에서는 ‘파업권 포기’를 약속한 기업별 복수노조가 득세한다. 민영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선별채용하면서 ‘국철노조 탈퇴’를 재고용 조건으로 명시했기 때문이었다. 1987년 국철 직원 27만7000여명에서 약 7만7000여명 ‘잉여인력’으로 감원 대상이 된다. 남은 철도 노동자들은 잔업과 승무시간 증가 등의 노동강도 강화에 시달리고 있다. 시설 관리나 정비에 소홀해지면서 사고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회사 간 경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기업별노조 의식’을 주입하면서 여러 회사에 걸쳐있게 된 기존의 국철노조를 파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부 회사에서 민주노조가 겨우 살아남았지만, 결국 기업별노조가 주도하는 체제가 되고 말았다.

이와 함께 일본의 ‘민주노총’이라 할 ‘총평’(總評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도 무너진다. 핵심노조인 국철노조가 붕괴한 ‘총평’은 몰락하여 렝고(일본의 ‘한국노총’이라고 할 수 있다, 連合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에 흡수되고 만다. 민영화와 노조파괴의 결과, 렝고를 중심으로 ‘노동전선의 우익재편’이 완료된 것이다.

2005년 11월20일, NHK방송에서 나까소네 전 수상은 “국철의 분할 민영화는 국철노조를 붕괴시키기 위해서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일본 정부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전투적, 자주적인 노조운동을 파괴하는 작전을 펼치고, 렝고를 중심으로 어용노조의 노동계 장악에 성공한 셈이다.

한편, 렝고 출범에 의해 일본노동운동은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먼저 제2당이었고 친노동자 정당이던 사회당은 10석 이내의 소수당으로 완전히 몰락한다. 민주노조운동이 몰락한 곳에 더 이상 진보정치운동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이 몰락한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단적으로 지난 고이즈미 자민당 정권의 5년간 경제정책의 결과 기업의 경상이익은 1.8배, 임원상여는 2.7배, 주주배당은 2.8배로 성장했다. 그러나 노동자 실질임금은 이 기간 동안 오히려 3.8% 감소했고, 과로에 의한 정신장애 등 산재인정 건수는 급증했다.

민영화를 시작으로 핵심적인 공기업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국철노조 조합원들은 대량해고 된다. 국철노조 붕괴의 결과 민주노조의 총연맹도 무너지고 말았다. 이의 연쇄반응으로 진보정당이 몰락하고, 노동자의 조직적 방패막이는 찾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철도 민영화를 막지 못한다면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일본에서 추진되었던 철도 분할 민영화를 따라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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